백두대간 40구간 중 4구간을 무사히 마쳤다.

8월14일 밤 11시 어둠을 가르며 달리는 차 창 밖으로 천둥 번개와 함께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계속 오려나' 지난 5월 31일 소백산 3차 산행 이후 무려 2달 반 만에 다시 등반에 나섰다. 장마와 폭염 앞에 연기된 산행.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종주대원의 등반 의지가 함께 어우러져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4차 산행은 본격 시작되었다.

모처럼의 산행에 늦은 밤이지만, 버스 안은 화기애애 했다. 산행 팀장님의 친절한 등반 안내와 함께 우리는 빗속을 가르며 단숨에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창원 출발 후 5시간만이 새벽 4시  한계령 직전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속을 채웠다.

그리고 약 30여분을 달려 새벽 5시경, 드디어 한계령 입구에 도착했다. 안개가 자욱낀 한계령 입구에는 이른 새벽에도 불구하고 많은 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종주팀원을 비롯한 26명의 참가자들은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었다. 그리고 함성과 구호와 함께 드디어 4차 산행은 시작되었다.

오늘 산행의 총 거리는 24.2km 여기에다 약 1.2km의 접속구간을 합쳐 전체 거리는 25km를 훌쩍 넘었다. 한계령을 중심으로 북쪽은 대청봉이다. 남쪽은 오늘 우리가 넘어야 할 점봉산이다. 점봉산은 부드러운 육산과 날카로운 암봉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계령에서 1차 고지인 망대암산 1,236m까지는 약 5.7km 그리고 내리막 길을 내려와 다시 점봉산 정상 1424m까지가 산행의 최대 고비이다. 그리고 최종 종착지인 조침령까지의 나머지 구간은  완만한 능선이다. 어쨌던 25km의 산길을 걸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우중 산행이라는 악조건을 동시에 극복해야 했다.

가쁜 호흡과 함께 출발 6시간이 경과할 무렵 우리는 점봉산 급경사 구간 입구에 도착했다. 심상찮은 바람과 구름, 그리고 비가 점봉산 입구를 가로 막고 있었다. 올려다 보니 만만치 않은 급경사에 산 정상은 비구름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다. 갑자기 기온도 급감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정상에 곧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르고 또 올랐다.

점봉산 1424m에 도달하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강한 비바람이 우리를 밀었다. 등을 돌려 바람을 피하고 간단한 기념촬영과 함께 하산을 서둘러야 했다. 시야는 비구름에 가려 있었고 비바람과 추위에 5분을 서 있기에도 무리가 따랐다. 새벽 4시에 아침식사, 비바람과 6시간 이상의 산행으로 다소 지친 일행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봉산을 뒤로 하고 약 10여분 하산길에 비교적 넓은 공간이 있었다. 우리는 준비해간 도시락과 반찬 등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빗물은 떨어지고, 밥은 추위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그러나 '꿀맛' 그 자체였다. 아마 집에서 이런 식의 밥상이 차려졌다면, 먹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종주대원들이 준비한 즉석 삼겹살과 커피 한 잔, 소주 한 잔이 한 여름에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챙겨주는 모습들 속에서 우리는 이미 한 가족이 되어 있었다. 즐거움과 기쁨이 함께한 식사 시간이었다.

다시 하산길을 서둘렀다. 급경사가 이어진 하산길이었다. 단목령과 북암령을 차례로 지났다. 그리고 다시 1136m오르막을 올랐다. 간간히 등산객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이 많으신 어른도 보였고, 교사나 학자처럼 보이는 분들은 여기저기 피어난 식물들을 보면서 카메라 셔터를 움직였다. 국내 최대 양수발전소인 양양 발전소를 둘러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는 산길을 걸었다. 스산한 비바람과 어둠이 숲을 덮고 있었다. 빗물인지 땀인지 조차 구별하기 힘든 물방울이 온 몸을 적셨다.

다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대오에서 낙오하면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 갈 수 없다면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13시간의 긴 산행. 정신도 희미하기 시작했다. 산행을 통해 얻은 것은 인내와 끈기였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선물이었다.

백두대간 40구간중 가장 험하고 어렵다는 설악산 구간은 조침령에서 막을 내렸다. 태백산맥을 타고 남하하는 비교적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산행들만 남았다.     

하산한 일행은 비와 땀으로 적신 몸을 강원도 냇가에 맡겼다. 강원도 냇물 정말 차가웠다. 유속도 엄청났다. 어린 아이들처럼 즐겁고 유쾌하게 냇가에서 지친 몸을 잠시나마 담굴 수 있었다. 이 또한 경험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산이 좋아 산에 가고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백두대간 종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종주팀장님의 말씀이 다시한번 되새겨 진다.

벌써부터 다음 산행이 기다려 진다. 4차 산행에 참가한 모든 분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그리고 다음 산행에는 더 많은 분들이 참가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